숲을 따라 삶을 그리는 화가
이희정 작가는 자연이 지닌 생명력과 영적인 울림을 화폭에 담아내는 작가이다. 그의 작업은 하나의 점에서 시작된다. 점이 모여 선이 되고, 선이 면을 이루듯 모든 존재는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인간 또한 자연 앞에서는 하나의 작은 점에 불과하다는 사유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회화 세계를 구축해왔다. 작가는 숲을 단순한 풍경이 아닌 생명의 흐름이 머무는 공간으로 바라보며, 자연 속에서 마주하는 빛과 바람, 안개와 비, 흙과 오래된 나무의 시간성, 그리고 고요함과 신비, 경외의 감정을 화면에 담아낸다.
작품 속에는 숲을 향해 걸어가는 한 사람과 사슴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사슴은 작가가 신을 대신해 표현한 상징적 존재로, 보이지 않는 길을 묵묵히 인도하는 존재를 의미한다. 그 뒤를 따르는 인물은 미리 정해진 길이 아닌 자신의 삶을 믿고 나아가는 우리 모두의 모습을 상징한다. 이희정은 자연과 인간, 그리고 보이지 않는 존재와의 관계를 섬세하게 풀어내며, 관람자가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고 삶의 흐름을 사유할 수 있는 풍경을 그려낸다.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난 이희정은 일본 동양미술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했으며, 현재 제주를 기반으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개인전 <건너가는 사람>을 비롯해 화랑미술제, DIAF, BAMA, 제주국제아트페어 등 국내외 전시와 아트페어에 참여하며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선보이고 있다. 자연을 통해 삶의 흐름과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는 그의 작업은 숲과 사슴, 그리고 사람을 매개로 인간과 자연, 보이지 않는 존재와의 관계를 깊이 있게 풀어내고 있다.